2025 아이언맨 70.3 고성 완주
올해로 5년째 철인3종 경기 완주다. 매 겨울마다 대회 참가 신청하고 6개월 정도 훈련하는 것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1년 내내 체중조절하고 꾸준히 운동도 하다보면 내가 프로 운동선수인건 아닐까 헷갈릴 때도 있지만, 사실 그건 좀 오바고 좀 더 몸 관리에 신경쓴다 정도는 될 것 같다.
6:26:20
올해 기록이다. 작년보다 2분 35초 단축했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운동을 작년보다 더 하고 몸도 더 잘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등록한 남자 40-44세 195명 중 127등이니 엄청 좋은 기록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기록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이 대회 도전을 결정하기에 허들이 만만치 않고 (소위 입구컷이 높다), 온갖 굇수(라고 쓰고 운동에 미친 넘이라고 읽는다)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중간 언저리만 가도 그게 어딘가 싶다.
출전하여 수영, 자전거, 달리기를 하다보면 사점(死點)이 온다. 중학교 체육시간에 나왔던 용어인데 말그대로 죽을 것 같은 순간이다. 내 기준 대충 바다수영 300미터 지점, 자전거 70킬로미터 지점, 달리기 1킬로미터 지점에서 오는 것 같다.
“정말 못하겠다, 한계가 왔다”의 느낌보다는 그냥 “못해먹겠다, 더 이상 하기 싫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숨도 턱 막히고 근육통도 심해져서 진짜 딱 멈추고 그만두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거기서 멈추면 끝이다. 기록도 날라가고 완주의 꿈도 접어야 한다. 올 리셋인 것이다. 따라서 대회 나오기 위한 그동안의 고생과 지금 당장의 고통을 비교형량하여 더 할지 말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뭐 당연히 결론은 하나다. 버텨야 한다. 방법이 없다. 그냥 버티는 것이다.
죽을 것 같아도 나 몰라 하는 생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도 그냥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1미터 2미터 짓쳐 나아가다보면 어느새 사점이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몸과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분명 그러한 변화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다.
물론 그 지점에서 포기자가 많이 생긴다. 수영을 멈추고 구명보트에 오르거나, 자전거에서 내려 걷거나, 달리다가 걷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게임은 종료된다. 더 나아갈 수 없게 되고 출발점으로 터덜터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사실 인생에서도 버텨야 할 일이 많다. 주기적인 고난을 마주칠 때마다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야 하고, 어려운 미션에도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버텨야 한다.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매번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그럴 때마다 다음 기회를 생각하며 버텨야 한다.
매년 철인3종을 준비하고 완주하면서 느끼는 점이 달라지는 듯 하다. 처음에는 체력적 훈련으로 접근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정신적 숙련에 더 가까운 듯 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와 같은 오랜 경구가 더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여러 복잡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그 때마다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체력과 더불어 마음의 강건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말로만 버텨야지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묵묵히 그저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다에서, 자전거 위에서, 도로에서 때마다 마주치는 사점(死點)을 극복하면서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와 싸워내면서 버티고 버틴 몸과 마음의 힘이 어느새 강해져 여러 장애를 극복하는 인생의 근육이 된 느낌이다.
대회 후유증으로 팔, 다리, 목, 어깨는 시커멓게 타서 살갛이 벗겨지고 있고 근육통도 여전하지만 아마도 다음주 저녁부터는 또 수영장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러닝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겨울에는 다시 대회 등록을 하고 내년 여름에는 또 땡볕에서 새까맣게 뛰고 있을 것이다.
책의 회독수가 늘어날수록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듯이, 철인3종 완주 횟수의 증가도 인생에서 같은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