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순위투표제

2021년, 뉴욕시는 시장 선거에 ‘순위투표제(Ranked-Choice Voting, RCV)’를 도입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한 명의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최대 다섯 명의 후보에게 선호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최종 당선을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승자의 법칙인 단순 다수 득표(FPTP)가 아닌 절대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야만 했다. 

전통적인 단순 다수제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무조건 당선되었다. 만약 4명이 선거에 나와 26:25:25:24의 비율로 표를 받는다면 26% 지지를 받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수인 74%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가 승리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내포하기도 한다. 

뉴욕시의 순위투표제 적용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1차 집계에서는 유권자들의 1순위 표만 먼저 계산하고, 거기서 과반(50%) 이상 득표자가 있으면 그 사람이 즉시 당선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표를 그 표의 다음 순위 후보에게 재할당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누군가 과반을 얻을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인종과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뉴욕과 같은 도시에서 보다 넓은 지지를 받는 리더를 뽑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뉴욕시장의 경우 유력 후보였던 에릭 아담스가 나머지 12명의 후보를 꺾고 승리했지만 그는 지난한 11차례의 순위 집계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번 선거가 선거제도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 중 하나는 캠페인의 변화였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기보다는 타 후보 지지자들의 2순위 이하 선택을 노리는 전략을 취했다. 따라서 극단적이거나 공격적인 언행은 줄어들었고 보다 포용적인 메시지 중심으로 캠페인 전략이 변화했다.

아울러 유권자 입장에서도 ‘전략적 투표’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선 가능성만 따져 ‘차악’을 선택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선호하는 후보를 1순위로 찍을 수 있었고 다음으로 선호하는 후보를 2순위 이하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자신의 표가 사표로 낭비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순위투표제가 만능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제도의 복잡성은 여전히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뉴욕시 선관위는 시민들에게 사전 교육과 시뮬레이션을 제공했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상당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 유권자들은 상위 1~2명의 후보만을 선택해, 그들의 표가 마지막 라운드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순위투표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한계는 제도의 실패라기 보다는 제도를 둘러싼 시스템과 문화의 미성숙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정치의 양극화로 고민하는 상황에서 순위투표제는 양극화의 약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역시 긍정적 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