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 규제회피 및 우회현상 사례


송현기, "규제회피 및 우회현상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2014, p.56-62 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정치후원금 기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특히 법인.단체 기부금지 규제는 정치인의 원활한 정치후원금모금에 커다란 제한을 가져오게 되었다. 법인.단체 기부금지 규제로 인해 정치인은 쉽게 많은 돈을 모금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되었고, 그 결과 정치인은 정치활동에 필요한 적정한 돈을 모금하기에 어려움을 겪게되었다. 이에 따라 다른 수단을 통한 모금을 꾀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출판기념회로, 학계와 언론에서 지적하는 대표적인 규제회피책이다.

물론 2004년 법 개정 이후 바로 정치자금 확보 목적의 출판기념회가성행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정치 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어 고육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여는 경우가 많았으며 도서를통해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함과 동시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확보를 위한 행사로 변질되었는데, 2006년 이후 언론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여 관련 기사를 조금씩 내놓기 시작하였다.12) 그리고 2010년 이후 방송과 신문에서는 출판기념회 관련 특집 기사를 내놓는 등 집중적으로 이를 비판하기 시작하였다.13)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도 출판기념회 문제의 심각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여당 대표는 2014년 신년사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할 것”이라고 언급하였고 야당 역시 편법 모금에 악용되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1. 규제 수단


정치인은 정치자금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 정치자금법은 포괄적 규제(원칙적 제한, 예외적 허용)를 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강한 억제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자금을 모금하거나 기부함에 있어서 정치자금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방법 외의 방법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인 정치인은 후원회를 통한 모금만이 허용되고 이에 따라 후원금을 모금하여 정치활동에 사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제 외에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정치자금법에 위반되게 된다. 만약 출판기념회 관련 자금이 정치자금에 해당된다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모금 및 기부하여야 하고, 만약 정치자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법과 무관하게 자유로이판매 및 구매가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출판기념회 관련 자금이 정치자금 성격을 띠고 있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을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 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 공직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자, 공직선거의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후원회·정당의 간부 또는 유급사무직원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다(정치자금법 제3조). 정치자금의 중요한 개념징표는 ‘정치활동’인데, 정치자금이 정치활동을 위하여(목적성) 정치활동을 하는 자(주체)에게 제공되는금전이므로 정치활동성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인지 아닌지 여부가 갈릴것이다.

현재는 출판기념회 관련 수익을 정치자금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치활동과 관련이 없는 개인의 창작활동으로 인한 부산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14) 따라서 관련 수익은 회계보고를 하지 않을뿐더러 기부한도 역시지키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인 정치후원금은 내역공개, 영수증 발행, 회계보고 등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출판기념회의 경우 이로부터자유롭다. 참석하여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더라도 결혼식, 회갑연에 참석하여 의례적인 범위에서 축하금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로 문제가 없게 된다.15) 결국 출판기념회는 ‘선거일전 90일’이라는 공직선거법상규제만 준수한다면 정치자금법상 아무런 법적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16) 이에 한 언론은 “2004년 초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후원금 연간 모금 한도가 절반으로 축소되고 규제도 대폭 강화된 이후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줄어든 돈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조선일보,2014년 1월 23일자).


2. 사건의 개요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전에는 정치인이 정치후원금을 모금하는데 어려움이 크게 없었다. 법인.단체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개인이 하나의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 역시 현재의 4배인 2천만원이었으므로 소수의 후원자에게 고액의 후원을 받아 쉽게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법 개정으로 이러한 쉬운 후원금 모금방법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고 다수의 후원자에게 소액 모금을 하는 방법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17) 이에 후원금을 모금하기가 예전보다 매우 어려워졌고 점차 다른 방법에 의한 모금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방법으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출판기념회이다.2012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국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만 79건에달하고, 국회 이외의 장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와 지방단체장, 지방의원,후보자가 되려는 자가 실시한 출판기념회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크게늘어날 것이다.18)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는 대부분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전후에 열리고지방단체장, 지방의원의 출판기념회는 공직선거법상 제한(선거일 전 90일 이내 금지)을 피하여 선거 전에 열린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는 상임위원회와 관련 있는 기업이나 단체 임직원, 공무원들이 주로 참석하여책 값을 내고 지방단체장, 지방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주로 지역내 회사와 단체, 지방공무원들이 참석하여 돈을 내고 책을 구입한다. 물론 명목상 해당 책 구입비는 개인의 저술활동의 결과물에 상응하는 금액과 추가로 축하의 의미를 담은 의례적인 축하금이다. 다만 형식은 그러하나 이돈이 대부분은 정치활동에 사용하고 있으므로 실질은 정치자금으로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아 회계보고를 하고 내역을 공개하고 영수증도 발행하여야 할 것이나 그런 법 제도를 모두 벗어나 있어 뇌물 창구 내지 로비 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3. 규제회피 원인 분석

(1) 규제회피 과정

법적으로 국회의원은 연간 1억 5천만원(공직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가능)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고, 인쇄물, 시설물 등을 통해후원금 모금을 광고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정치후원금모금 관련 규제이다. 따라서 이를 준수하여 정치후원금을 모금해야 한다.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러한 규제를 벗어나 출판기념회라는 새로운 통로를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있다. 실제로 한 언론에서는 출판기념회를 통해 초.재선의원의 경우 평균 1억에서 1억5천만원을, 3선 이상 중진의원은 평균 2억에서 3억까지 벌어야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보며 해당 모금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계보고 없이 선거자금으로 처리된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월간조선, 2012년 1월호). 정치자금법상 합법적인 정치후원금이 연간 1억5천만원임을 감안할 때 출판기념회를 열 경우 그 배가넘는 금액을 회계보고 없이 모금할 수 있으므로 많은 정치인들이 이러한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 규제회피 원인

현실적으로 합법적 정치후원금 모금만으로 정치활동이 원활하고 문제가 없다면 굳이 규제를 회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출판기념회가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인이 느끼기에 현행연간 1억 5천만원의 후원금 모금한도와 후원금 모금방법 등이 충분하다면 규제를 준수하면서 그 안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여론의 비판에서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규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규제가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정치인들은 개최의 이유를 출판활동을 통한 자아성취와 개인의의사표현 자유 등으로 대외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자금의부족과 모금의 어려움이 실질적 이유이라는 것이 언론과 정치계의 공지의 사실이다. 2004년 이전 2억원이었던 후원금 모금한도가 1억5천만원으로 줄었고, 법인.단체의 기부금지로 인해 후원금 모금을 소액다수에 의존해야 하면서 모금활동 역시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를 열면 1천명에서 2천명이 알아서 찾아와 돈을 주고 가지만 후원금 모금광고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해봐야 후원금을 기부하는 국민은 극소수에한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적 모금의 어려움과 더불어 정치자금의부족으로 인해 규제를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과 학계에서 비판하는 것도 출판기념회의 실제 목적이 정치자금을모금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 비서관이 토로하듯 “출판기념회의 핵심은 결국 돈”이고, 판매대금으로 포장된 축하금의 액수와 구체적 행방은 각 의원실에서도 극비사항에 부치고 있으나 대부분 선거자금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의 예측이다.19) 정치후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던 정치인이 정치후원금 규제를 회피하여 새로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단을 찾게 되었고 출판기념회는 그러한 연유로 탄생되어 현재까지 많은 정치인들의 세 과시 및 선거자금 모금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당 대표까지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힐 정도 정치계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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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경향신문, 지방선거 겨냥 출판기념회 봇물, 2006-02-23 12면KBS, [뉴스타임]국회의원들 무더기 출판기념회 몸살, 2008-01-10한국경제, 돈과 권력의 은밀한 공생, 2009-04-03

13) MBC,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시사매거진 2580, 2011-12-11월간조선, [뉴스추적] 편법 모금통로 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2012년 1월호문화일보, '불법정치자금' 조장하는 출판기념회, 2012-07-24서울신문, [커버스토리] 그곳에 가면 ‘정치권 실세’가 보인다, 2013-12-21

14) 출판기념회 판매 수입금은 정치자금에 해당되지 아니함(2009. 11. 26.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답).

15) 단순히 저서의 출판을 축하하기 위하여 의례적인 범위 안에서 제공하는 축하금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을 것임(2011. 12.2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답).

16) 공직선거법 제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⑤누구든지 선거일전 90일(선거일전 90일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

17) 이는 법인.단체 기부금지와 후원금 모금한도 제한과도 밀접하겠지만 추가로 회계보고서 공개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2004년 이전에는열람에 의한 공개제도만을 두었으나 2004년 개정으로 수입내역 공개시 후원회에 연간 120만원을 초과하여 기부한 자의 인적사항과 금액을 추가로공개하도록 하여 고액 기부자들이 이를 꺼리게 되었고 그 결과 고액 모금이 줄어들게 되었다.

18) 2011년 한 해 동안 현직 국회의원이 개최한 출판기념회 현황을 전수조사한결과 총 129회가 열렸으며 이 중 과반인 73회가 11월과 12월에 몰렸으며,이 때가 선거일 90일 전이었음을 감안하며 2014년 총선을 앞두고 막판 ‘수금’을 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월간조선, 2012년 1월호>

19) 월간조선, “편법 모금 통로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2012년 1월호. 익명의현직 비서관을 통해 알아본 결과 같은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