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표와 사전투표 날인 관련 검토


선거일 당일 실시하는 본투표와 선거일 전 실시하는 사전투표는 법규정에서 각각을 달리 취급함에 따라 절차와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날인(도장을 찍는 행위) 부분이다. 이에 두 제도 간 날인 방식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를 가져오게 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먼저, 본투표에서의 투표관리관 사인날인이다. 공직선거법은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사인을 날인한 후 이를 선거인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100매 이내에서 미리 사인을 날인해 놓은 후 이를 교부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② 투표관리관은 선거일에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는 때에는 사인날인란에 사인을 날인한 후 선거인이 보는 앞에서 일련번호지를 떼어서 교부하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100매 이내의 범위 안에서 그 사인을 미리 날인해 놓은 후 이를 교부할 수 있다.


본투표일 실제 투표자 수는 제21대 대선(2025) 기준 2,400만 명이고, 투표소 수는 14,295개소이므로 투표소당 하루 약 1,680여 명이 방문했을 것이다. 이를 본투표시간 오전 6시~오후 8시(14시간)로 나누면 시간당 120명(1분당 2명꼴)이 하나의 투표소에 방문한 것이다.


법상 투표관리관은 투표소마다 1명을 두게끔 되어있고 그들의 주요 법정사무는 투표소 총책임자로서 투표절차 안내, 유권자 본인 확인, 투표용지 교부 등 실제 투표사무를 직접 수행하는 투표사무원을 지휘 및 감독하는 업무이다. 따라서 투표용지에 사인 날인하는 것은 임무 중 일부인데, 만약 그들이 기계처럼 하루 종일 투표용지에 사인만 날인해야 한다면 중요 법정사무를 놓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공직선거법은 100매 이내의 범위 안에서 그 사인을 미리 날인해 놓은 후 교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46조의2(투표관리관 및 사전투표관리관) ① 구ㆍ시ㆍ군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게 하기 위하여 투표구마다 투표관리관 1명을, 사전투표소마다 사전투표관리관 1명을 각각 둔다.

② 투표관리관 및 사전투표관리관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무원 또는 각급학교의 교직원 중에서 위촉하며, 사전투표관리관은 위촉된 투표관리관 중에서 지정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투표관리관은 그 옆좌석에 투표관리관의 사인날인을 확인 및 보조할 투표사무원을 지정하여 배치하고 있다.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를 교부하는 때에는 100매 이내의 범위 안에서 미리 사인을 날인하여 두었다가 옆좌석의 보조투표사무원으로 하여금 투표용지에 날인된 청인, 투표관리관 사인의 누락 여부와 인쇄상태 등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본투표에서의 투표관리관 사인날인 관련 내용이다.


다음은, 사전투표에서의 투표관리관 사인날인이다. 앞서 살펴본 공직선거법 제157조는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은 뒤 이를 투표권자에게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은 본투표와 사전투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158조는 사전투표관리관에 대해 투표용지 발급기로 선거권이 있는 해당 선거의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에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본투표가 사전에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사전투표는 투표용지 발급기로 투표용지를 바로 인쇄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로 규정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58조(사전투표) ③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발급기로 선거권이 있는 해당 선거의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아니하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게 교부한다.


따라서 사전투표의 경우에도 법상으로는 사전투표관리관이 직접 사인날인을 하여야 한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직선거관리규칙으로 위임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결하여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8항과 제158조 제8항은 그러한 위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⑧ 전기통신 장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투표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

공직선거법 제158조(사전투표) ⑧ 투표용지의 날인ㆍ교부방법 및 기표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공직선거관리규칙은 사전투표의 경우 사전투표관리관의 날인을 투표용지에 인쇄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84조(투표용지에의 날인) ③ ...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은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해당 규칙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23. 10. 26. 2022헌마232등 결정에서,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을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선거법 제158조 제8항 등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사전투표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아,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헌재결정례 2024헌마283, 2025. 12. 18.)


실무적으로는 사전투표관리관 도장 인영을 통합명부시스템에 사전에 등록하여 사전투표일에 투표용지 발급기를 통해 투표용지에 자동 인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본투표와 사전투표에서 투표관리관 사인날인 관련하여 달리 규정한 것은 두 투표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본투표는 유권자가 자기 주소지 투표소에서만 투표하기 때문에 그 선거구 후보들 이름을 미리 인쇄해 놓은 투표용지를 준비해 놓을 수 있다. 해당 투표소에서 사용할 투표용지가 미리 확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투표에서 투표관리관은 인쇄된 투표용지를 100 매 단위로 묶어 투표관리관 도장을 미리 찍어놓을 수 있게 된다. 이에 공직선거관리규칙은 투표용지 인쇄시기에 관한 미리 규정하고 있다.


제71조의2(투표용지 인쇄시기) ① 투표용지는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날 후에 인쇄한다. 다만, 인쇄시설의 부족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그날을 변경할 수 있다.

1. 투표소에서 사용하는 투표용지

가. 대통령선거 : 후보자등록마감일 후 13일

나. 국회의원선거 : 후보자등록마감일 후 9일

다.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 : 후보자등록마감일 후 2일


하지만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전국 사전투표소 중 어디든 한 곳에서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하여 준비해 놓을 수 없다. 이에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해당 유권자가 어느 투표구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한 후 그에 따라 맞는 투표용지를 그 자리에서 출력해야 한다. 따라서 그때마다 새로운 투표용지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투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여기에 투표관리관이 매번 사인날인을 한다면 그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사전투표자 수는 이틀 합산 1,542만 명 정도인데 이를 3,500개 사전투표소 수로 나누면 투표소당 방문자 수는 약 4,400명이 되고 이를 하루 평균으로 나누면 약 2,200명/일이 된다. 하루 12시간 운영되는 사전투표소에서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83명/시간이 된다. 전술한 본투표의 시간당 120명보다 50%가 높은 수치이다. 100매씩 미리 사인날인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본투표에 비해 평균 50% 더 높은 혼잡도를 보이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관리관 1명이 사인날인까지 찍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전투표소는 관내사전투표와 관외사전투표 줄이 나누어져 있고 해당 줄에 각각 여러 대의 투표용지발급기를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 1명의 투표관리관이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이것을 찍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표소 총책임자로서 투표절차 안내, 유권자 본인 확인, 투표용지 교부 등 실제 투표사무를 직접 수행하는 투표사무원을 지휘 및 감독하는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어 투표관리관을 두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사전투표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를 원활하게 보장하고 투표관리관 본연의 임무 수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공직선거관리규칙으로 투표용지에 인쇄된 형태의 날인을 허용한 것이다. 전술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러한 취지를 인정하여 해당 규칙은 위조 투표용지 사용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대법원 역시 반복적으로 인쇄날인이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는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날인은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취지가 사전투표관리관이 자신의 성명이 각인된 도장을 직접 사전투표용지에 날인할 것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수122 판결 참조), 아울러 이는 투표용지에서 가장 중요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청인을 인쇄날인할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참고하여 사전투표의 효율적 진행을 위하여 사전투표관리관의 날인도 인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공직선거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7수61 판결 참조).


이처럼 본투표와 사전투표에서의 투표관리관 사인날인 방식의 차이(직접날인 vs 인쇄날인)는 단순히 절차적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두 투표제도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강하다. 사전투표는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도 투표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대신 투표용지를 현장에서 즉시 발급해야 한다는 운영상의 특수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선거의 공정성과 투표용지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인쇄날인 제도이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이를 합법 및 합헌으로 판단하였다.


결국 이 제도는 유권자의 원활한 투표권 행사와 선거관리의 효율성, 그리고 선거의 신뢰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균형 있게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에 있어서도 2명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낸 데서 볼 수 있듯이 논란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상황으로 이와 관련한 국회의 입법정책적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