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석의 시대를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몇 가지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빅데이터 big data 분석이다. 세상에 나와있는 여러 데이터들(온오프라인 모두)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등장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전 영역에 걸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선거에서의 지지율 분석, 광고 호감도 조사, 범죄 조사에서의 프로파일링,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 등등 여러 영역에서 이미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물론 분석 대상자(객체)의 입장에서는 분석을 당한다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주체와 (분석당하는) 객체가 분명하고, 객체가 주체에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석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객체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빅데이터를 포함한) 분석들이 객체의 의도와 달리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지 못하고 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러한 분석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것을 다른 영역에 활용하는 동안 여러 번의 가치 창출이 일어나게 되고, 1차 가공뿐만 아니라 2차, 3차에 이르는 많은 정보가 생겨나며 최종 활용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통찰력까지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소리"와 관련한 두 가지 특별한 사례가 있어 설명을 위해 첨부해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BC 뉴스는 나치 점령 하의 유럽에 방송을 내보냈다. 모든 뉴스 프로그램은 첫머리에 영국 국회의사당 시계탑의 시계 소리를 생방송으로 들려주었다. 이것은 자유를 상징하는 마법의 소리였다. 독일의 천재 물리학자들은 생방송에 나오는 딩동 소리의 톤이 날씨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토대로 런던의 기상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정보는 독일 공군에게 귀중한 도움이 되었다. 영국 정보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그 유명한 시계 소리를 녹음 방송으로 바꿨다.

<사피엔스, 500~501페이지>


독일 공군은 단순히 런던 날씨가 궁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궁극적 목적은 소리라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날씨라는 1차 데이터를 가공하고, 그것을 통해 공습 시점, 장소, 성공률 등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