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5월 15일 마감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 2349개 선거구에서 총 4241명을 선출하는 대규모 선거이다. 기존 지방선거에 더해 16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동시에 실시된다.
거의 대부분의 선거구에 복수의 후보자들이 등록되었는데 이와 달리 1명의 후보자만 등록된 곳도 있다. 공직선거법 등은 이런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1명의 후보자를 그대로 당선인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88조 제2항, 제190조 제2항, 제191조 제3항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따르면 아래의 경우 무투표 당선이 된다
1. 후보자 등록 마감 시 후보자가 1명인 경우
2. 후보자 등록 마감 후 투표 개시 전까지 후보자의 사퇴·사망·등록무효 등으로 후보자가 1명만 남게 된 경우
3. 중대선거구에서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 의원 정수 이하인 경우
이 경우 별도의 투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선거일에 해당 후보자는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307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선거가 확정되었으며 이 중 무투표 당선 대상 후보자는 총 513명이고 이 가운데 실제 당선 예정자는 504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기록(후보자 508명, 당선자 490명)을 넘어선 수치이다.
선거 단위별로 보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 3곳, 광주 서구청장, 광주 남구청장, 경기 시흥시장 선거에서 무투표 선거가 확정되었는데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 1명만이 후보자 등록을 하였다.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구는 총 108곳에서 무투표 선거가 확정되었고, 지역구 기초의회의원 선거구는 139곳(선출정수 305명), 비례대표 기초의회의원 선거구 57곳(선출정수 88명)에서 무투표 선거가 확정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당의 우세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전남에서는 80명,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는 70명의 후보가 무투표 당선 대상이 되었다. 이는 양대 정당이 본인들의 약세 지역인 호남과 영남에 각각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생긴 현상으로 고착화된 지역 기반의 정당 독점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에 대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자는 거리 유세, 전화 홍보, 현수막 제작, 선거공보물 발송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해당 선거구 유권자는 지역의 대표가 될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을 접할 기회 자체를 아예 가지지 못하게 된다. (대통령선거는 예외적으로 후보자가 1명인 경우에도 반드시 투표를 실시해야 하며 해당 후보자가 전체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를 얻어야 당선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수도권 최초 무투표 기초단체장이 나왔다. 경기도 시흥시장 선거에서 임병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단독 등록하며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었다. 임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은 감사하지만 주민들에게 성과와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어진 점은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투표 당선 제도가 후보자에게 선거운동과 정책 홍보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시흥시는 인구 약 51만 명 규모의 중견도시다. 따라서 시장 후보자는 주거·교통·복지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후보가 1명뿐이고 선거운동까지 금지되면서 사실상 공개 검증 절차 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정당 허용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정당법은 전국 단위 정당 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당법상 정당은 중앙당과 시도당으로 구성된 조직을 의미하고, 여기서 중앙당은 수도에 소재하고 시도당은 특별시.광역시.도에 소재하는 것을 말한다. 정당법상 정당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5 이상의 시도당과 각 시도당별 (당해 시도당의 관할 구역 안에 주소를 둔) 1천 인 이상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수도가 아닌 지역에 중앙당을 둔 정당은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호남에 터를 둔 지역정당은 설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당을 허용함으로써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지방선거에 한해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안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무투표 당선 상황에서도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는 단독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금지되고 투표 자체도 실시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선거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를 요구하는 방식이나 제한적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무투표 당선 제도는 경쟁 후보가 없는 경우 불필요한 선거 비용과 행정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은 민주주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정책 경쟁과 공개 검증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현상은 지역주의, 정당 구조, 선거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대표성을 높이고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